영화

영화 추천 [케이크 메이커]: 달콤하지만은 않은 시간

Koster J 2021. 1. 7. 23:27

안녕하세요 :)

 

오늘은 출출할 때 보면 달콤한 디저트가 자꾸 생각날, 달지만 씁쓸한, 꼭 티라미수 같은 영화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바로 [케이크 메이커]입니다.

 

 

영화 [케이크 메이커]는 2018년에 개봉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이스라엘이고 독일도 살짝 나와요.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신기한 점이 많았습니다 ㅎㅎ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감독의 작품인데, 이 감독이 만든 영화는 꼭 다 음식 관련 소재가 들어가더라고요. 이 점도 신기했어요. 주요 출연진은 ‘토마스’ 역의 팀 칼코프, ‘아나트’ 역의 사라 애들러, ‘오렌’ 역의 로이 밀러 등이 있습니다. 출연 배우들이 다들 감정이 과하지 않아서, 대체로 잔잔한 이 영화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어요.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서 줄거리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오는데요.

 

사랑을 잃은 자들, 서로를 끌어안다

세상 어딘가 홀로인 우리 모두를 위한 달콤하고 진득한 위로 한 조각.

 

사랑의 흔적을 찾아 이국 땅으로 향한 파티시에 ‘토마스’

 사랑을 잃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카페 여주인 ‘아나트’

 사랑을 떠나기로 결심한 케이크 애호가 ‘오렌’

 그리고, 그들을 치유하는 달콤한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

 

 사랑의 본질에 관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가 생각하는 영화 [케이크 메이커]는 서로 벽이 존재하던 사람들이 케이크를 통해 가까워지고, 채 아물지 못한 상처도 쿠키와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들을 통해 서서히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스토리 내내 ‘케이크’가 정말 중요한 소재이자 매개로 작용하고 있어요!

 

이 영화는 제목만 보면 굉장히 달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영화인 듯 보입니다.

저는 영화 보는 내내 수십 가지 케이크들을 구경하며 대리만족하고 싶어서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이 영화를 골라보게 됐는데요. 뜻밖에도 생각할 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주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쿠키를 만들어 굽고,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들도 꽤 비춰줍니다. 또 주인공들이 카페를 운영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내용이 꽤 잘 다뤄지는데요. 왜 그렇게 이입하게 되는지.. 마치 제가 카페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ㅎㅎ

예를 들어 토마스가 처음 카푸치노 주문을 받고 손님에게 내어주면서 자신이 만든 쿠키 한 조각을 서비스로 함께 줄 때, 왜 그랬는지 정말.. 과하게 몰입해서 다음 화면에 손님 반응을 자세히 잡아주길 바랬습니다. 제가 다 조마조마해서 궁금하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쿠키와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 외에도 영화 자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우울한 듯하면서도 또 동시에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이 피아노 연주 곡인데 아주 잘 어울리고 잔잔해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제 기억엔 딱 장터?처럼 보이는 곳을 비추는 장면이 나올 때만 음악이 완전 이스라엘 전통음악 풍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바뀌는데, 그때만 분위기가 요란스럽고 시끌벅적해집니다.

 

 

 

 

여기부터는 영화의 주요한 내용과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인인 ‘토마스’는 이스라엘에 살지만 베를린으로 자주 출장을 오는 ‘오렌’과 한~두 달 간격으로 보며 동성 연인 관계로 지냅니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베를린으로 올 거라고 말했던 오렌은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습니다. 수소문 끝에 토마스는 오렌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곤 오렌에게서 그 간 들어온 이야기와, 오렌이 두고 간 열쇠 뭉치들을 통해, 예루살렘에 직접 가서는 죽은 애인 오렌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그의 흔적들을 모두 찾아다닙니다. 저는 처음에 토마스가 하는 이런 행동들이 무슨 의도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우선 그 이유는 [케이크 메이커]라는 영화는 대사가 정말 적은 편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영상이나 연출 카메라 구도나 피아노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될 때도 있고. 인물들의 감정을 자꾸 파헤치게 돼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순간마다 몰입하다가도 또 틈틈이 자꾸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주인공인 토마스를 연기한 배우는 굉장히 감정을 절제해서 사용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토마스라는 캐릭터 설정이 본래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오렌의 아내 주변을 맴돌며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파몬에 일자리를 얻어 일하게 된 것도 정말 무슨 심리인지 궁금했어요. 오렌을 여전히 너무나 사랑하고 그가 그립기 때문에 오렌의 가정 속에 들어가 그처럼 살아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오렌이 떠나고 빈자리를 자신이 채워보고 싶었던 걸까? 정말 아나트를 사랑하긴 한 것일까? 아니면 몰래 남편과 연애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오는 행동인가? 하는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확실히 모르겠어요 ㅎㅎ

 

처음 토마스가 아나타의 집에 초대받아 왔을 때, 옷이 비에 젖어 오렌의 옷을 빌려 입게 됐는데 그때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굉장히 오묘했습니다. 죽은 애인의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상상조차 못 했겠죠. 그때 토마스는 오렌에게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뻤을까.. 이렇게라도 다시 한번 오렌을 만나는 기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까 말했듯이 케이크는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매개입니다.

아나트나 그녀의 아들 이타이에게 진심으로 쿠키나 케이크를 해주는 등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토마스 딴에는 케익을 통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먼저 다가서는 행동들이 정말 오렌의 가족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진실되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처럼요. 그 덕분에 이스라엘인인 아나트와 독일인인 토마스가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구요. 눈에 띄는 점은 모티와의 관계였습니다. 유대인으로서 독일인이 썩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모티는 처음 토마스를 볼 때부터 굉장히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초반에 토마스가 순수하게 선의로 구운 쿠키를 보자마자 코셔 인증을 받지 않았고 코셔도 아니라서 절대 오븐을 건들면 안 되니 그 쿠키를 다 버리라고 하는 모티의 태도에 제가다 서러웠어요. ㅠㅠ

 

그러나 토마스의 베이커리 제품들을 통해 카페가 점차 번창하게 되고 아나트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자, 모티는 점점 마음을 열고 토마스의 집에 찾아가 먹을거리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물론 결말부에 가까워져서는 토마스가 숨긴 비밀들이 모두 밝혀지면서 아나트와 모티 모두 그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매몰차게 쫓아내 버리지만요. 


저는 영화 내내 절제된 감정표현을 보여주던 토마스 역의 배우가 비행기 티켓을 받고 쫓겨나게 되자 왈칵 울음을 터트렸던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정말 너무나도 서러워 보였고.. 내내 이스라엘 사회에서 외롭게 견디다가 오직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아나타와 그 주변 가족들에게서까지 버림받았으니 얼마나 비참할까요.. 자신 때문에 아나타의 카페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도 괴로웠을 겁니다. 이 장면에서 팀 칼코프라는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한다고 느꼈어요. ㅎㅎ

 

 

 

 

영화는 이렇게 내내 달달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데 종종 토마스와 오렌의 관계가 들통날 것만 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굉장히 초조해지곤 했습니다. 대체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결말만 빼면..ㅎㅎ 결말은 완전 닫힌 결말은 아니나, 씁쓸했습니다ㅠㅠ.

 

이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보시길 바래요! 

넷플릭스에서 바로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영화 특유의 색채와 잔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