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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헤드윅] 소개와 해석: ‘나’를 찾는 시간

Koster J 2021. 1. 7. 23:16

안녕하세요 : )

저는 평소 뮤지컬도 좋아하지만 뮤지컬 영화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헤드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해요ㅎㅎ

 

영화 헤드윅은 2002년에 한국에서 개봉했고 17년도에 재 개봉했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존 카메론 미첼은 영화에서 직접 헤드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어요.

여자이고 싶어하는 헤드윅 자체인 듯 연기는 연기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잘하는데 몸도 잘 써요..

이런 사람이 바로 천재 아닐까요 ;)

정말 감독과 주연배우를 동시에 맡고 두 역할 모두 훌륭하게 해낸 점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헤드윅]은 네이버 영화 기준 관람객 평점이 10점 만점에 9.46점입니다. 실제로 정말 명작이에요. :)

 

 

 

헤드윅을 처음 봤을 때 스토리나 메시지도 물론 좋았지만 다 보고도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음악이었어요! 뮤지컬 장르 영화인 만큼 헤드윅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함께하는데요. 참고로, 영화 속 노래들을 작곡한 사람은 ‘스티븐 트래스크’라는 뮤지션으로 94년 뉴욕 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존 카메론 미첼 감독과 연이 닿아 그의 손을 잡게 되었다고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Origin of Love’입니다 메인 넘버라서 이미 유명하죠ㅎㅎ

가사도 정말 좋고 사랑의 기원에 대해 노래하는 존 카메론 미첼의 감정선이 잘 표현된 곡이에요.

멜로디까지 가사 표현에 적합한 느낌입니다. 밴드 음악이라 분명 사운드는 화려하고 노래를 부르는 미첼의 태도와 무대매너까지 너무 당당하고 멋있는데 스토리를 생각하며 보고 있으니 가사도 그렇고 참 마음이 아픈 곡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미첼의 당당한 태도가 그런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아요. 

 

‘Wicked Little Town’라는 곡도 잔잔하고 미첼의 보컬이 돋보여서 참 좋아하는 곡이에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도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에는 ‘Hedwig and the Angry Inch’ 밴드의 멋진 무대를 보고 반하실 거라고 믿어요!

 

 

우선 작품의 시대배경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할게요.

영화 안에서 헤드윅이 태어난 해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해입니다. 이념적 냉전이 한창일 때고, 완전한 기독교 사회이던 독일에서 동성애라는 개념은 ‘금기’였죠.

 

헤드윅 로빈슨/한셀: 어린 시절 이름은 한셀이고, 미군 애인에게 버림받은 이후 헤드윅으로 개명해 밴드를 꾸리게 됩니다. 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자유를 위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지만 실패를 맞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몸으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자기 존재의 이류를 찾아 헤매는 인물입니다.

 

록음악을 듣는 한셀

 

이츠학: 서류상 헤드윅의 남편이자 애인으로 헤드윅과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그를 지켜주는 인물입니다. 참고로 이츠학을 연기한 배우는 여성입니다.

 

이츠학과 헤드윅

 

토미: 헤드윅을 동경해 그에게 록을 배우고 결국엔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인물입니다. 이후 헤드윅을 떠나 유명 록스타 자리에 오르지만, 이후 헤드윅을 만나 노래로 용서를 빕니다.

 

토미와 헤드윅

 

 

 

시놉시스와 해석에는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넘겨주세요!

 

 

 

헤드윅에게 록을 배우는 토미

 

 

그럼 시놉시스를 볼까요? 줄거리라고 말하기엔 너무 길기도 하고..

미흡하긴 하지만 제가 예전에 과제로 작성해둔 시놉시스 글이 있어, 살짝 다듬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의 손을 많이 탔던 헤드윅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무수한 혼란을 겪어왔다.

자유가 억압된 동독에 거주하던 헤드윅은 자유가 있는 곳, 미국을 동경했고

우연히 만난 미군 로빈슨을 따라 미국에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미흡한 수술 환경으로 인해 1센티미터의 성기가 남게 된다.

미국에 갔지만 로빈슨과 이혼을 하게 되고 그때 베를린 장벽이 부서진다.

미군에게 버림받은 헤드윅은 매춘을 통해 간신히 생활을 이어간다.

이후 장교의 아이들의 보모로 일하던 중 한국 여성들과 밴드를 결성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불렀고 그 과정에서 토미를 만난다.

헤드윅은 노래로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표출했고, 그런 모습을 본 토미는 헤드윅의 노래에 반하게 된다.

헤드윅은 토미가 록스타가 될 수 있게 그를 정성껏 도와준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게 된 둘이지만 헤드윅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미는 헤드윅을 버리고 도망을 치고 만다.

토미는 헤드윅이 쓴 노래로 유명한 록스타가 된 반면 헤드윅은 소박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데.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토미와 헤드윅은 예전처럼 즐겁게 차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에 사고가 났고

그것을 계기로 헤드윅은 자신의 노래를 되찾는다.

헤드윅은 드디어 자신이 꿈꾸던 록스타의 모습으로 무대에 서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헤드윅의 문신이 마침내 하나의 얼굴이 된다.

 

 

 

 

제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영화 속에 상징적인 부분이 많아서 완전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ㅜㅜ 분명 감동적인데 구석구석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 세 번쯤 보고 나서 거의 95%에 가깝게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신 분들이 물론 해석의 여지는 다양하지만요ㅎㅎ

 

 

l 곰 모양 젤리/ 맥도날드 기호

 

미국 구미 베어를 처음 접한 한셀

 

미국에서 곰 젤리는 ‘구미 베어’라고 하죠? 미군 로빈슨은 이 구미베어를 이용해 한셀을 유혹합니다. 해당 신에서 함께 비치는 동독에서 파는 칙칙한 곰 젤리와 달리 알록달록 달콤한 구미 베어를 맛보고 감탄하는 한셀이 여기서 ‘미국의 자유를 이런 맛이구나!’를 깨달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어요. 이전 장면에서 나체의 한셀 앞에 베를린 장벽이 놓여있고 장벽 너머 반대편, 즉 서독 저편에 노란색 맥도널드 로고가 나오는데요. 베를린 장벽은 자유를 지향하는 어린 헤드윅이 넘고자 하는 구조물이며, 그 너머의 맥도널드 기호는 한셀이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장벽 너머 서독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맥도널드는 완전히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회사죠! 이때 한셀을 유혹하는 눈앞의 미군 로빈슨과, 높게만 보이는 장벽 그리고 그 뒤편의 맥도널드 로고는 모두 로우 앵글로 잡아서 마치 어린 헤드윅의 시선에서 동경의 대상처럼 비춰지는 효과를 줍니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힘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l 영화 속 낙서그림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그림들은 엄마와 아빠의 성관계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보편적인 성 이념에 따른 성관계 이미지 속에서 구현되는 남녀의 역할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낙서들 중에 어린 꼬마와 한 남자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다 성장하지 못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고 미군 로빈슨을 만났고 남자아이가 성인 남성에게 성행위를 당했으니, 어른이 된 헤드윅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은 어쩌면 이 영향일 가능성이 크고 슬프지만 당연할 수 있는 결과로 보입니다.

 

 

l 구 남친 토미를 스토킹 하는 헤드윅

 

 

 작중 헤드윅은 자신을 떠나, 자신이 쓴 곡으로 록스타가 된 옛 연인 토미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스토킹 하는 것은 단순히 ‘토미를 되찾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진정한 헤드윅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l  헤드윅과 이츠학의 성관계 장면

 이 장면에서 헤드윅과 그의 서류상 남편인 이츠학이 침대에 옆모습으로 나란히 누워있습니다.

여기서 보편적 성 이념에 따른 남녀의 성관계 이미지에서 떠오르는 남성의 위치에는 여성의 머리와 복장을 한 헤드윅이, 여성의 위치에는 남자의 옷차림과 얼굴을 한 이츠학이 누워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통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츠학과 헤드윅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또한 실제로 성별이 남성인 이츠학이 지금껏 남자의 모습을 하고 살아왔지만 사실은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l  헤드윅 이마 위의 십자가

 

토미 이마위의 은색 십자가는 '창조'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헤드윅과 토미가 서로 연인 관계였을 때 헤드윅은 토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그의 이마에 은색 십자가를 그려줍니다. 그 십자가를 자기 이마에 그리고 여자의 모습으로 분장한 게 아닌 본인 성별 모습 그대로, 가발 없이 나타난 헤드윅의 모습은 그가 비로소 토미와 화해했으며 여성의 삶 대신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l  나체로 골목길을 걷는 헤드윅

 자신을 찾고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라는 뜻을 담은 토미의 노래를 들은 헤드윅 은 이제야 어떤 도구(가발과 화장을 비롯한 드랙퀸 스타일 분장) 없이도 오롯이 자신일 수 있게 됩니다. 그는 더 이상 변신한 모습이 아닌 나체의 모습으로 어두운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헤드윅은 어린 시절엔 멋모르고 자유를 찾아 사람을 쫓아 나서고, 자라서는 사랑을 쫓아가며 버림받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시간들 속 겹겹이 쌓인 상처와 고민들은 결국 헤드윅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깨닫는 밑거름이 됩니다. 마침내 ‘나’를 찾은 헤드윅의 모습이 멋있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헤드윅과 같은 사람들을 낯선 눈으로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니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영화는 평소에도 여자의 모습을 하고 무대에서도 드랙퀸 분장을 고집하다가 마침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은 헤드윅을 통해, "자기 본래의 모습을 감추려고 해 봐도 그 모습은 바뀌지 않으니,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비록 감추고 싶었던 모습일지라도 그런 자신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성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즉, 인간 그 자체로서 인정한다는 뜻이겠죠. 우리 사회도 모두를 그저 다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